에이지 오브 지그마: 설정

지그마의 도시 - 해머할의 봄

blackarchive 2024. 10. 26. 20:23

https://youtu.be/NRiEagFuqiY

대의회의 폭풍전당의 거대한 대문이 굉음과 함께 밀어젖혀지며 만티코어의 갈기가 돋아난 머리가 그 사이를 비집고 솟아났다. 거대한 짐승의 그림자 아래에서 – 그리고 만티코어의 길을 막으려는 청색과 금색의 방패를 든 경비병들 사이로 – 불길을 품은 여인, 탈리아 베드라가 걸어나왔다. 그녀는 어느 면에서 보나 당당한 아퀴시인이었다: 의복, 철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재빠른 걸음걸이를 옮기는 군홧발, 그리고 남은 하나의 눈에서 타오르는 분노까지.

‘시간 끝났다, 이 수다나 떠는 쓰레기들아.’

거대한 망치 형상의 탁자에 둘러앉은 관료들 대다수는 그저 경멸에 찬 표정으로 그녀를 비웃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무시했다. 아지르의 하늘빛이 내리쬐는 탁자의 망치 머리에 앉은 이들에게, 탈리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이렇게 그냥 막무가내로 비집고 들어오다니 무슨 짓인가, 탈리아.’ 떡 벌어진 풍채에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의장, 대종정 세바스티안 멘치는 지난 수 년 간 지그마의 웅장하지만 텅 빈 옥좌에 대신 섭정으로 앉아왔다. ‘후과가 따를 걸세.’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만 합니다, 세바스티안,’ 베드라의 검이 칼집에서 뽑히며 적금색으로 달아올랐다. ‘이 짓을 벌이기에 충분한 증거도 가져왔고, 당신네들 중 적어도 넷이 중죄를 저질렀더군요.’ 우아하게, 그녀는 광을 낸 탁자 위로 뛰어올라 그대로 걷기 시작했다. ‘당신도 이게 진작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잖습니까.’

‘전당에서 폭력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나디안 그린스푸어, 의회의 기란 종정이 외쳤다. 장로는 헤나 문양으로 장식한 손을 뻗었고, 질긴 갈색 덩굴이 탁자의 표면을 따라 솟아나 베드라의 다리를 휘감았다.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황무지의 암사자는 춤추듯 덩굴을 자르고 피해냈다. 그녀의 검이 콜레지움 대마법사, 잔타 팔로리아의 문신 새긴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화염술사는 불길로 만든 족쇄를 불러냈지만 너무 늦었고, 사방으로 핏줄기와 붉은 머리칼을 흩뿌리며, 마법사의 머리는 바닥의 대리석에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전당은 그 즉시 완전한 혼란 상태에 빠졌다. 몇몇 의원들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일어섰고, 다른 이들은 그들을 뜯어말리거나 죽은 듯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그마의 망치 소속 스톰캐스트이자 해머할의 마지스터인 아벤티스 파이어스트라이크는 후자에 속했다.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 베드라의 목소리가 소음을 꿰뚫고 울려퍼졌다. ‘팔로리아가 병들었느냐 건강하느냐, 살았느냐 죽었느냐를 상관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도시의 거리에서 사람을 불태웠는데도? 베날리우스와 그의 상인들이 의회의 규제를 전부 풀어버리는 데 투표해서 당신네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항의하는 이들은 제멋대로 침묵시켰는데도?’

굳은 표정으로, 무역 후작 베날리우스는 가느다란 권총을 뽑아들었고, 총구가 베드라의 머리를 겨누며 공이가 딸깍였다. 그의 옆에 앉아있던 의회의 사령관, 카트릭 르 길리온이 태연하게 단검을 뽑아들어 그의 목을 그었다. ‘너무 느렸군, 후작,’ 그녀가 말했다. ‘진실은 언제나 따라잡는 법이지.’

‘고마워, 자기.’ 베날리우스의 총이 탁자에 덜그럭거리며 떨어지는 동안 탈리아가 말했다. ‘그리고 거기 너, 아조르보 펜테,’ 그녀는 살점과 피가 지글거리는 검을 대신관에게 겨누었다. ‘운베로겐 교단을 알아서는 안 될 비밀로 내부에서 해친 자, 그림자의 악마들과 결탁해 너 자신의 권력을 보장하려고 한 자.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네년이 어찌 감히 나를...’ 펜테는 말을 더듬으며 의회의 가려진 손, 제인 달로리우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보냈다. 달로리우스는 그저 가면 쓴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을 휘휘 저었을 뿐이었다.

탈리아의 검이 다시 한 번 휘둘러졌다. ‘변호는 늙다리 뼈다귀한테나 하시지!’

신관의 머리는 쌍꼬리 혜성 모양으로 장식된 그의 의석에 부딪혀 튕긴 뒤 여전히 충격을 받은 표정을 유지한 채로 목 없는 시체의 무릎 위에 떨어졌다.

이제 하나만 처리하면 끝이었다.


의회의 궁재이자 자칭 “핏빛 공작” 브루타르가 탁자의 반대편에서 갑자기 일어나더니 커머번드를 휘날리며 곧장 대문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문가에 다다른 순간, 참나무만큼 굵은 전갈 꼬리가 문틈으로 솟아나와 브루타르의 가슴을 꿰뚫었다. 탈리아의 만티코어, 인페르나딘의 나지막한 울음소리가 의회에 놓인 유리잔을 진동시키는 동안, 궁재의 시신은 부풀어 오르더니 검게 괴사하기 시작했다.

‘괴물처럼 살다가 괴물처럼 죽었군.’ 탈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싼 놈이지.’

‘그만!’ 아벤티스 파이어스트라이크의 목소리가 그의 무표정한 황금 가면 뒤로부터 울려퍼졌다. 마지스터는 지팡이에 번개를 두른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리 신-왕의 정의를 집행하였다고 하나, 이건 너무 잔혹하군. 이 도시에서 사형 집행에는 재판이 선행되어야 하네.’

‘그게 정말인가? 일이 다 끝날 때까진 그 금색 궁둥이를 의자에서 떼지도 않았으면서. 너무 많이 리포징당하셔서 자기가 황무지인이었다는 사실도 까먹으셨나?’ 그녀는 횃불이 타닥이는 듯 건조하게 웃음을 토해냈다. ‘카트릭의 말이 맞았어. 요즘은 아퀴시인이라기보단 아지르인에 가까운 것 같으시네.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더러운 일은 전부 우리에게 떠맡기는 걸 보니.’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스톰캐스트의 눈이 번갯불로 밝게 타올랐지만, 그가 아직도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탈리아는 그녀가 정곡을 찔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번개는 잠깐 치워두고 이야기하자고, 마지스터.’ 탈리아는 탁자에서 뛰어내려 판금으로 감싼 손을 고급 원목에 내리찍었다. ‘당신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알잖아.’ 탁자의 반대편에서, 카트릭과 제인 달로리우스가 그녀를 지지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의장용 장검을 빼든 상태였다: 의장용이던 아니던, 사람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물건이었다. 그것을 보자 다른 의원들도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탈리아는 씁쓸한 조소가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이목을 끄는 데 피비린내만한 수단도 없었다.


‘우리 황무지인들은 그동안 이 땅의 유산을 공경하는 대신 오로지 저 하늘에만 영광을 바쳤지, 아지르하임의 청색과 금색을 입고 매일같이 성문 밖으로 진군하면서. 오늘로 이 짓은 끝난다!’

‘그런 문제는 투표로 결정해야 할 사안일세, 언제나 그랬듯이,’ 로르카이 공작이 말했다. ‘지그마께서 직접 개입하지 않는 이상에야.’

‘우린 네놈들의 봉신 따위가 아니야!’ 베드라가 외쳤다. ‘더 이상 나가 죽으라고 내던져지는 총알받이들도, 무지성으로 위대한 바퀴 아래에 쑤셔박혀 뼛가루가 될 때까지 갈려나가는 생명들도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제대로 된 병사들, 아퀴시의 문장을 자랑스럽게 두른 병사들을 보낼 것이다 – 교회와 술집에서 대충 모집한 민병대가 아니라! 우리는 제대로 된 열과 오를 갖춰 진군할 것이다, 이 땅의 타오르는 적색 군기를 머리 위로 휘날리며!’

살아남은 의원들 중 아퀴시 출신들은 그 말에 조금 더 당당한 자세로 고개를 들었다. 심지어 파이어스트라이크조차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되겠어.’ 탈리아가 속으로 생각했다. 수천 시간의 토론을 걸쳐서 결정되었을 일이 피로 물든 몇 초만에 끝났다. 그리고 역병에 찌든 해머할 아퀴샤에게, 시간은 빠르게 바닥나는 자산이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아지르를 잇는 돔에서 마법적인 빛이 번뜩이며 번갯줄기가 내리쳤다. 불타오르는 에너지 사이로 사파이어빛 눈에 오래된 티크 같은 피부색의 거한이 걸어나왔다. 그의 갑주는 금빛으로 번뜩이며, 액화된 에너지가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스티안 카르탈로스, 지그마의 망치의 군주-사령관이었다.

‘감히 신-왕에게 맞서는 음모를 꾸미는 공모자들을 체포하러 왔다.’ 그가 말했다. ‘아지르 결사에서-’

‘조금 늦으셨습니다.’ 탈리아는 아조르보 펜테의 머리통을 걷어찼고, 시신은 데굴데굴 굴러가 텅 빈 시선으로 군주-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일을 지저분하게 처리한 점에 대해서는 사죄드리겠습니다만, 이 저주받은 시기를 헤쳐나가려면 필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것도 빠르게요. 저들의 연줄을 고려했을 때 재판은 최소한 몇 달, 길면 몇 년이 걸렸을 겁니다.’

카르탈로스는 한동안 그녀를 응시했고, 아지르의 번갯불이 그의 눈에서 불타올랐다. 베드라는 정당한 분노가 순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불멸자의 시선이 가진 무게 앞에서는 그녀조차도 안색이 창백해질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어,’ 카트릭 르 길리온이 그녀의 곁에 서서 말했다. ‘이제 와서 머뭇거리지 마.’

탈리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고, 가슴에 담긴 반항심의 잔불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 그리고 아퀴시인으로서의 권리에 따라 저들의 머리와 직위를 상징하는 무장들은 제 소유가 될 것입니다. 감히 황무지인으로부터 도둑질을 하거나, 우리를 원하는 대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 표시로서 말입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 카르탈로스가 우르릉거렸다.

‘그렇습니다, 주군.’

‘그렇다면 운이 좋군.’ 스톰캐스트는 에테르의 공허보다 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그래도 같은 이유로 지그마께서 직접 내린 명을 받아 이곳에 왔으니 말이야.’

‘운과는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리길드들의 정당한 몫도 받아낼 겁니다. 새로운 장비, 새로운 무기, 새로운 여명을 밝힐 새로운 휘장. 옛 땅을 탈환할 새로운 승리를.’

‘그렇다면, 자네는 이 계획을 달성할 방안이 있는 게로군, 대원수 탈리아 베드라?’ 카르탈로스는 대종정 멘치의 곁으로 가 섰다. 그의 손에 들린 망치는 거의 그의 옆에 선 사내와 같은 크기였다.

현장 진급의 소식에, 탈리아는 승리감에 찬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등 뒤에서 작은 양피지 보관함을 꺼내든 뒤, 탁자 위로 모두가 볼 수 있게 펼쳐보였다.

‘안 그래도 기다리던 차였습니다, 군주–사령관.’ 그녀가 말했다. ‘다들 여기로 모여보시죠. 핏자국은 조심하시고. 그리고 지그마의 이름으로, 누가 스위트블랙 한 병 따서 가져오면 안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