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리뷰

새벽의 문(The Gates of Dawn) - 1장

stormlove 2025. 1. 17. 23:16

1장

새벽의 문 앞에서(Before the Gates of Dawn)

신성기사단의 로드 셀레스턴트 가르두스는 그의 발아래 쓰러진 뚱뚱한 육신을 내려다보았고, 그 다음에는 망치에 들러붙은 시큼한 담즙을 바라보았다. 그 역병 전사는 상대가 안 되었음에도 용감하게 싸웠었다. 그는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죽음을 자초했다. 가르두스는 어떻게 저런 오염된 자가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나라면 그보다 더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는 궁금했다. 그는 망치를 털어 들러붙은 오물을 털어내며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마침내 승리하는 이는 누구인가?’ 그는 망치와 지그마라이트 룬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탁 트인 개간지를 가로질러 울려 퍼져 모두의 귀에 닿았다. 그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몇몇은 그를 강철영혼이라 불렀다. 그 기원에 상관없이, 그는 자신의 워리어챔버의 이름을 그것으로 명명했고, 그들은 그 이름을 명예롭게 여겼다.

‘오직 신실한 자만이.’ 그의 전사들이 대답했다.

그들이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임에, 가르두스는 자신을 따라 전투에 임한 이들을 적지 않은 자부심으로 응시했다. 리버레이터, 프로세큐터, 쥬디케이터, 그리고 레트리뷰터 모두 별로써 재련된 지그마라이트를 입고 동일한 소재로 만든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의 전쟁 갑주는 금빛이 아닌 은빛으로 빛났다. 그들의 어깨 보호대는 그들의 무거운 방패처럼 하늘 그 자체와 같이 짙은 청색이었고,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은 성스러운 불길로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영웅이었다. 그들의 용맹함은 전투에서 입증되었지만, 리포징(Reforging)의 안개 속에서 과거의 활약은 거의 잊혔다. 신성기사단은 네 번째로 창설된 스톰호스트였고, 그들의 워리어챔버는 모탈 렐름의 신실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전투에서 지그마의 이름을 부르짖었고, 그것이 지그마에게 닿았으며, 의로운 대의명분 아래 자신의 필멸의 육신을 바쳤다는 점이었다.

가르두스 자신은 지그마의 영원한 대장간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기 전,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이 남아 있었다. 그의 옛 자아는 천상의 번개에 의해 찢겨져 버리고 새롭고 더 큰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때의 기억은 그가 그때와 같은 사람이기를 생각하면서 – 희망하면서 - 이따금 표면화되었다. 지그마가 그의 힘의 일부를 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남자. 리포징되기 전, 그는 오직 두려움, 전투, 고통과 피, 그리고 마침내 그를 별들 사이의 지그마론까지 데리고 온 번개만을 기억했다.

그는 그 마지막 전투에서 자신이 죽었던 이유, 혹은 그와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름을 진실로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기억한다, 나의 친구들이여. 너의 얼굴, 그리고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우리가 지그마의 이름으로 오늘 내가 직면한 것과 같은 악에 맞서 싸운 것을 기억한다. 기억한다, 그리고 칼과 천상의 불로, 내게 남은 유일한 길인 너를 기리겠다. 그는 룬검을 들어 반짝이는 날에 새겨진 인장들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억눌린 폭풍의 격렬함과 열기로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가르두스가 그 검을 벼린 후, 지그마가 직접 그 검을 축복해 주었다. 나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오. 가르두스는 자신이 그 말을 지그마에게 하는 것인지, 반쯤 잊힌 전우들의 빛바랜 기억에게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전장을 살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즐거운 광경은 아니었다. 부글거리는 진흙은 죽은 괴물들 – 대부분 죽었지만, 일부는 죽어가는 - 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의 불쾌한 살은 전투의 초기처럼 더 이상 재생되지 않았다. 그들의 혐오스러운 모습이 바로 이 땅을 반영하고 있었다. 병들어 있었다. 그는 파멸의 힘들의 상징물을 때려 부수었다. 개간지 곳곳에는 수백 개의 상징물들이 땅에 박혀 있었고, 그것들은 본능적인 혐오감으로 그의 배를 뒤틀리게 했다. 그는 이것이 한때 그와 같은 인간들이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의심했다. 가르두스가 보는 곳마다 질병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근처 물가에 수두가 흘러가며, 그 냄새가 났다. 구더기들 – 그리고 다른, 알아볼 수 없는 지저분한 짐승들 – 과 기름진 침전물이 땅을 뒤덮고 있었다. 병든 나무들은 썩어가는 물질의 양토를 먹고, 몸부림치는 곤충 혹은 울부짖는 얼굴을 닮은 부자연스러운 성장을 이루었다. 건강해 보이지 않는 세모로 뒤덮인 두꺼운 덩굴 식물들은 얼마 남지 않은 평범한 식물들을 목 졸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바위도 고름으로 가득 찬 종기로 뒤덮여 있었다. 가르두스는 혐오감과 동시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와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역병 숭배자들의 구겨지고 파리가 무성한 시체를 둘러본 다음, 강철영혼단이 도착했을 때 세워지고 있던 우상들과 제단 돌, 오벨리스크들을 둘러보았다. 적을 패퇴시켰지만 그래도 쓰러뜨려야 할 것들이 남아 있었다. 이곳에 세워진 어두운 기념물들은 모두 무너지거나 부서질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곳이 결코 역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체할 이유는 없다.

‘페로스, 어떻게 되가나?’ 그가 레트리뷰터 프라임을 불렀다. 무거운 손(Heavy Hand)이라 불리는 페로스는 셀레스틴 빙하 전투에서 그와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곳에서 그가 내리친 망치의 일격은 셀레스틴 빙하들 중 하나의 가장자리를 약하게 만들어 파멸의 힘을 섬기는 전사들을 얼음 속 깊은 곳으로 추락시켰다. 그의 동료 레트리뷰터들과 마찬가지로 페로스는 피 흘리는 육신을 가진 천상의 분노였다. 그에게서는 번개와 비 냄새가 났고, 그의 무겁고 화려한 갑옷에는 지그마의 번개가 찍혀 있었다.

‘이 진창의 정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틸소울. 제 전사들은 곧 이 소택지에 서있는 모든 돌을 먼지로 만들어버릴 겁니다.’ 페로스가 손에 쥔 양손 번개 망치가 괴물 같은 우상을 부스러기로 만들었다.

‘좋아. 테그루스.’ 가르두스가 다른 부관들 중 하나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프로세큐터 프라임은 공중에서 낙하해 머리를 숙인 채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순수한 금속에 끼워진 날개가 날갯짓한 뒤 번개의 파열과 함께 등 뒤로 접혔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로드 셀레스턴트.’ 현명한 눈의 테그루스가 말했다. 은빛 가면의 입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종소리처럼 허공에 떨렸다. 아지르를 정화하는 동안 니힐리아드 산맥을 침범한 혼돈의 군대를 정찰하고 적들의 위치를 지그마의 군대에 노출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불타오르는 화살을 퍼부은 이가 테그루스였다.

‘자네의 프로세큐터들을 데리고 소택지 가장자리 위의 하늘로 가서, 적의 흔적이 있는지 살펴봐라. 그들은 이 지역의 벼룩처럼 끈질기니, 그들이 올 때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하지 마라. 그들은 반드시 올 것이니.’

‘문제없습니다.’ 테그루스가 날개를 펴며 말했다. ‘우리가 먼저 쫓아갈 필요가 없다면 적들을 뭉개버리는 것이 더 쉬워지겠군요.’ 그는 잠시 후 하늘을 향해 튀어 오르며 그의 날개 달린 레티뉴에 합류했다. 

‘저런 활기가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목소리가 말했다.

가르두스는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쥬디케이터 프라임 솔루스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한 손은 엉덩이에 달린 폭풍 글라디우스 위에 둔 채, 어깨 위에는 육중한 화살폭풍 쇠뇌를 걸치고 있었다. 솔루스는 전쟁 이름이 없었고, 그 또한 전쟁 이름을 원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상황과 관계없이 냉철한 마음과 침착한 손을 가진, 가르두스의 부관 중에서 가장 안정된 이였다.

‘자네가 여기서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솔루스.’ 

‘말씀대로입니다, 로드 셀레스턴트. 저와 제 쥬디케이터들이 어떠한 적도 저희를 기습하지 못하도록 경계할 겁니다.’ 솔루스가 말했다. ‘안타깝게도, 동맹도 없으니.’

가르두스는 솔루스가 누구를 지칭했는지를 인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전쟁을 벌이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또한 오래된 동맹을 재건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바로 그것이 그와 부하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다른 이들은 이 왕국의 신비로운 여왕을 찾느라 바빴다. 그들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에게 알려줄 좋은 소식을 확보하는 것이 가르두스의 임무였다.

‘여하튼, 우리의 목적은 변함없네. 우리는 다른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곳을 깨끗이 청소할 것이네. 그것이 지그마가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네.’ 가르두스가 말했다. ‘페로스가 이 돌들을 모두 산산조각 내고 우리가 렐름게이트를 확보하면, 로드 카스텔란트 그림, 로드 렐릭터 모르버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자유롭게 합류할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비취왕국의 민족들이 – 인간이던 이간이 아니던 - 우리에게 합류할 것이네. 그때까지–’

‘그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위해 그들의 전투를 치르고 그들을 대신해서 죽는 겁니까?’

가르두스는 리버레이터 프라임의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에티우스.’ 그가 대답했다.

‘전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에티우스 쉴드본이 조용히 말했다. ‘공기 중에는 독이 있고, 땅은 병든 짐승처럼 떨리고 있습니다.’ 에티우스는 그리프하운드처럼 용감했지만, 그의 동료들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솔루스를 향해 간결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솔루스는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것이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네.’ 가르두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가 실패하면 이 거대한 숲의 렐름은 비취왕국의 살에 돋은 궤양이 될지도 모르네, 불로도 정화할 수 없고 마법으로도 쫓아낼 수 없을 정도로 파고든 악성 종양처럼.’ 그는 망치로 에티우스의 견갑을 두드렸다. ‘많은 것이 주어진 자에게는…’

‘…많은 의무가 요구된다.’ 에티우스는 머리를 숙이며 말을 마쳤다. 그는 눈길을 돌리며 물었다.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하면 됩니까, 로드 셀레스턴트. 적을 부수었으니, 이제 저희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페로스와 그의 레트리뷰터들이 이 가증스러운 돌들을 처리하는 동안 적들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하고, 자네가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게. 일을 빨리 끝낼수록 좋으니. 그들이 이곳에 지은 것은 무엇이든 완전히 파괴해야 하네, 에티우스.’ 가르두스가 말했다. ‘그래야만 우리가 직접 새벽의 문을 차지할 수 있고, 그다음에는 로드 카스텔란트와 나머지 형제들이 아지르의 문으로부터 진군하여 합류할 수 있을 것이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에티우스는 망치를 이마까지 치켜들며 빳빳하게 경례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스톰캐스트 이터널들은 신속히 명령을 따랐다. 가르두스는 전사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에티우스의 짜증의 근원을 알고 있었다.

신성기사단은 선봉에 적합했음에도 그 영광은 지그마의 망치단에게로 돌아갔다. 기다림은 그의 부하들뿐만이 아닌, 그 자체가 부담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훈련과 규율이 앞으로 닥칠 전투에 충분한지, 가르두스의 의문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그는 전투를 위해 다시 태어났지만, 지그마론의 훈련장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강철과 힘을 시험해 볼 수 없었다. 

그림이 알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군. 그는 생각했다. 가르두스가 알기에 강철영혼단의 로드 카스텔란트는 결코 주저하거나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남자는 어떠한 폭풍도 이겨낼 수 있는 바위였다. 그의 워리어챔버 소속 모든 이들 중에서 그림만이 로드 셀레스턴트와 견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걱정을 덜어줄 만한 이 또한 아니었다. 다른 동료 로드 셀레스턴트들도 자신들의 워리어챔버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르두스는 그들에게도 자신의 걱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가르두스는 자신의 불확실성을 오직 한 명, 별빛신전기사단의 로드 셀레스턴트 제파클리스(Zephacleas, Lord-Celestant of the Astral Templars)와 공유했다. 가르두스는 자신과는 다른 스톰캐스트의 지휘관을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제파클리스는 리포징 전부터 덩치가 컸다. 리포징 후, 그는 가르두스의 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정한 거인이 되었다. 가르두스의 밝은 갑옷과는 대조적으로 어두운 갑옷을 입은 제파클리스는 전투에 나서기 마지막 몇 시간 동안 별들을 바라보며, 격려의 말과 함께 불확실성의 핵심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제파클리스의 말대로 이제는 그 의심이 거의 사라졌다. 그들은 적을 만났고, 승리했다.

그는 그들이 도착한 후 처음 그 순간을 떠올렸다. 아지르에서 그를 실어 나른 천상의 번개에 의해 그의 정신과 육체는 활기를 되찾았고, 부패한 전사들이 그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고 그의 안에서는 격렬한 기쁨이 치솟았다. 신성기사단은 타고난 전사들처럼 싸우며 명령을 실행했고, 어둠신들의 필멸자 하수인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로 예상치 못한 위협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이제 새벽의 문은 그들의 것이었다.

가르두스는 몸을 돌려 아치형의 문을 바라보았다. 돌계단이 바위투성이 산비탈 위를 높이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상상한 것과는 달랐다. 그는 그것이 강력한 에너지로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관문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대신, 그것은 나이를 먹어 구부러진 노인처럼 축 처진 덩굴로 덮여 약간 처진 무해한 폐허였다. 이게 정말 불의 영역인 아크쉬(Aqshy)로 가는 관문일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그마의 이름으로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파견되었고, 그것이 그가 한 일이었다. 뒤에서 돌이 깨지는 소리와 전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다른 호스트의 워리어챔버들 사이에는 전쟁터 안팎에서 서로를 능가하려고 하는 우호적인 경쟁이 있었다. 그의 동료 중 일부는 지그마론 밖에서 그런 떠들썩함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가르두스는 웃음이란 곧 영혼을 위한 지그마라이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축하를 위한 행사지, 그는 생각했다. 우리의 첫 번째 전투, 첫 번째 승리. 그는 지그마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주군.

그의 부하 세 명을 합친 것보다도 큰 오벨리스크가 페로스와 에티우스의 집중적인 노력 끝에 넘어지며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새로운 소리가 들이닥쳤다. 저음으로 흥얼거리는 소리가 스톰캐스트 이터널들의 환희에 찬 분위기를 뚫고 점점 더 커졌다. 전사들은 소음의 근원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르두스는 다른 사람들보다 새벽의 문에 더 가까이 다가가 먼저 그것을 발견하고 승리의 달콤함이 혀 위에서 재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등뼈를 따라 흐르는 오싹함을 느끼며 몸을 돌려서 렐름게이트를 바라보았다. 팔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고 공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 땅에서 독기를 머금은 안개가 솟아올라 그의 다리와 망토 가장자리에 달라붙었다. 악취가 코를 가득 채웠다.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구역질이 났고, 소리가 점점 퍼지면서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더 나쁜 것.

웃음.

‘아니, 아니, 아니, 친구들아, 그렇게 쉽게는 안 될 거야.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승리를 축하하는 거야? 아니, 그렇게는 안 될 거야.’ 기괴하게 가래 끓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사방에서 메아리치며, 모든 이들의 정신과 귀를 훑고 지나갔다. 그 소리는 진흙에서 솟아올랐고, 사방에 달라붙어 있는 곪아 터진 덩굴에서 맥박이 뛰었다. 가르두스는 망치를 치켜들었고 그의 부하들은 즉시 진형을 갖추었다. 방패를 들고, 무기를 준비했다. 뭔가 오고 있었고 그들은 그것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는 페로스와 시선을 교환했고, 레트리뷰터 프라임은 음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테그루스의 프로세큐터들이 무기를 준비한 채 머리 위를 맴돌았고, 솔루스의 쥬디케이터들은 에티우스가 이끄는 리버레이터들 바로 뒤에서 사격진을 형성했다.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고, 그는 모두가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 나섰다.

‘진형을 유지하라.’ 그는 스스로의 감정보다 더 자신감 있게 들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했다. 무엇이 오든, 무슨 말을 했든, 그것은 그가 전에 마주쳤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그것의 말이 그의 심장을 쥐어짜고, 그의 용기를 거의 빼앗다시피 했다. 만약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는 그 순간에 무너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스톰캐스트 이터널이었다 – 두려움은 그를 지배할 수 없다.

머리 위로 고대의 돌들이 서로 부딪치며, 새벽의 문이 초목과 먼지를 털어내며 전율하기 시작했다. 아치의 틀 너머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거품이 일었고, 숨 막히는 공기를 통해 갑작스레 악취가 진동하는 한기가 물결쳤다.

‘그렐치(Grelch)는 충직하고 순종적이었으며, 그의 피는 징징거리는 다른 어떤 노예들보다도 훌륭한 제물이었지.’ 끔찍하게 지껄이는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피가 열쇠가 되어 자물쇠를 돌렸다. 똑똑, 조그마한 폭풍구름들아, 들어가도 되겠니.’ 아치 넘어 검은 공허가 소용돌이치며 거품을 냈다. 그것은 마치 허공을 누더기마냥 찢어발긴 상처와 같았다. 한기가 공중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무수한 파리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가르두스의 귀에 메아리쳤다. 렐름게이트의 돌들이 괴로운 듯 몸을 비틀며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가르두스의 공포에 질린 눈앞에, 썩어가는 거대한 손 두 개가 아치 안에서 뻗어져 나왔다. 그 손들이 아치의 양쪽을 잡았고, 순식간에, 가증스러운 무언가가 새벽의 문을 통과하며 불가능한 크기의 덩어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악마가 깔깔거리자 둥글납작한 턱 안에서 부러지고 썩어가는 송곳니가 서로 부딪쳤다. 아치가 렐름게이트에서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문에 가까이 있던 스톰캐스트들은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돌진했지만, 일그러진 문에서 떨어진 잔해들이 그들을 박살 냈다. 파편을 피한 이들은 곧이어 뒤틀린 문에서 쏟아지는 산성 거품의 홍수에 휘말렸다. 가르두스는 남은 병사들에게 후퇴하라고 외쳤다.

‘만나서 반가워, 작은 신의 강아지들아.’ 너글의 대 악마가 – 가르두스는 그것이 틀림없음을 알았다 – 천둥처럼 환호했다. 그것은 심하게 팽창된 배를 탁 치면서 구부러진 다리에 몸을 앞으로 기댔다. ‘내 소개를 하지… 나는 볼라스렉스(Bolathrax)네. 네 영혼은 이제 내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