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마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렐름게이트 전쟁 中, 알라리엘을 찾기 위한 신성기사단의 첫 전투를 묘사하는 소설, Josh Reynolds 집필
프롤로그
폭풍의 도래(The storm arrives)
기르트렉트 소택지(Gyrtract Fen)의 축축한 토양에서 그 범위에 닿은 이들로 하여금 숨을 막히게 하고 눈을 멀게 만드는 유독성의 녹색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르트라이브(Ghyrtribe)의 주인 그렐치 경(Lord Grelch)은 부운 손으로 안개를 모아, 질병으로 황폐해진 얼굴 앞으로 퍼온 뒤 들이마셨다. 그것이 폐와 입안에 스며들면서 기분 좋게 타올랐다. 그는 깊은 만족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과 같은 맛이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렐치는 가파른 낭떠러지의 가장자리에 세워진 석조 층계의 가운데 앉았다. 계단의 끝에는 덩굴에 싸인 아치가 놓여 있었고, 그의 허벅지보다 두꺼운 뿌리가 그 아치를 관통하여 갈라놓고 있었다. 그는 무릎에 가로누워 있는 긴 자루의 역병도끼를 옮기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아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숲과 아치를 차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싸웠으나, 지금도 그 싸움의 이유를 완전히 확신하지 못했다. 이야기들이 파리떼처럼 그 돌들 주위로 빠르게 무성하게 모여들었다.
위대한 아버지의 큰 손이 근처 썩은물 늪(Rotwater Swamp)을 휘저어 소택지에 짙고 역한 안개를 드리웠음에도, 위대한 아버지의 눈은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 하늘은 그의 등 뒤에 달린 종기처럼 검었고, 한때는 푸르렀던 나무들의 잎사귀들이 이제는 시들어 가며 이슬이 아닌 끈적끈적한 습기로 덮여있었다. 비옥했던 토양은 그의 전사들의 발걸음에 축축한 진창으로 전락했고, 강물도 침체되어 만족스럽게 오염되었다. 기르트라이브의 인간들은 오래 전에 위대한 아버지 너글의 깊은 자비에 몸을 맡겼으며, 가는 곳마다 그의 축복을 지니고 다녔다. 그들은 그들 주위의 땅을 위대한 아버지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더욱 기분 좋은 형태로 뒤틀었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입맛을 다시며 진흙과 안개 속을 꿈틀거리는 노예들이 감독관들이 채찍과 칼날로 가리킨 지점을 향해 무거운 돌을 끌고 가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 돌들은 위대한 아버지 너글의 영광을 기리는 조각들로 뒤덮여 있었다. 저마다 물리적인 형태가 주어진 기도들은 정원에 있는 위대한 아버지를 부르는, 그와 그의 아이들을 녹색빈터로 부르는 조용한 합창을 이룰 것이다. 그렐치는 흡족한 한숨을 쉬었다. 노예들은 마치 상한 고기에 꿈틀거리는 구더기처럼 보였다.
‘말이 나온 김에,’ 그렐치는 팔뚝의 얼룩덜룩한 살점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가 며칠 전에 입은 상처에는 그의 썩은 살을 열렬히 갉아 먹는 하얀 형상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먹어라, 작은 아이들아. 틀림없이 곧 제대로 된 파리가 될 것이다.’ 그는 장난삼아 손가락으로 구더기를 휘저으며 노래를 불렀다. 상처는 아팠지만, 치러야 할 작은 대가였다. 위대한 아버지 너글은 참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축복을 베풀지 않았고, 그렐치는 이 작은 행위조차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는 즐거움을 느끼며 뒤로 물러앉았다. 그래, 그는 기꺼이 봉사했다. 왜 안 그러겠는가? 결국, 남는 것은 영광이다.
역겨운 안개와 광대한 곤충 구름이 땅을 뒤덮고 있는 동안에도, 파리쉬가 슨 너덜너덜한 축복의 깃발이 사방의 지평선에서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십억 파리떼의 드론이 위대한 아버지의 결실 – 글롯킨(Glottkin), 모욕받은 토글룩(Torglug the Despised), 거트롯 스퓸(Gutrot Spume), 흡윤개선에 걸린 짐승군주 글루악(Gluhak) - 과 동행했고, 그들은 정원의 불결한 축복을 기란에게 가져다주기 위해 분투했다. 그것은 썩은물 황폐지(Rotwater Blight)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뿔난 쥐의 허둥대는 하수인들을 계산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렐치와 같이, 여기, 이 불결한 지역에서 태어난 이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도 있었다.
너글이 보낸 멍청이 크라데블롭(Kraderblob)이나 토글룩과 거트롯 스퓸같은 짐승들은 더러운 녹색빈터를 헤집고 다니며 마녀 알라리엘을 쫓아다니다 매복에 당하도록 내버려두자. 위대한 아버지는 그녀를 찾기 위해 세 명의 선장을 보냈다. 그녀 없이 너글의 영원한 승리는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친 팔을 구부리며, 눈곱이 많이 낀 그의 눈이 따라잡지 못한 발톱과 같은 가지를 기억했다. 그것은 그의 살을 갈랐고, 구멍 난 뼈가 드러났다. 그것은 아프지 않았다; 그의 고통은 위대한 아버지에 대한 그의 첫 번째 제물 중 하나였다. 그는 괴물같은 나뭇껍질 생명체의 불타오르는 눈에서 타오르는 격렬한 녹색의 증오를 기억했다. 그것의 공격은 그를 놀라게 했지만, 그는 이내 녹슨 도끼의 날을 그것의 삐죽삐죽한 아가리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그것의 남은 잔해들과 추종자들을 기르트렉트 소택지에 마녀불을 피우기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했고, 그것은 노예들의 작업을 위한 섬뜩한 빛을 제공했다.
그 크라켄 배를 가진 멍청이, 스퓸이 무엇을 할지 지켜보자, 그렐치는 생각했다.
한 드론이 갑자기 나무들 사이로 메아리쳐 오면서, 악취나는 공기가 겁먹은 동물처럼 떨렸다. 그렐치는 정원에 대한 모든 생각을 잊은 채 눈을 번쩍 뜨며 몸을 돌렸다. 그것은 장송뿔나팔(Dirgehorn)로, 녹슨 검 짐승군주 글루악(Beastlord Gluhak)이 거대한 역병짐승 브론토스(Brondtos)의 두개골에서 뽑아낸 것이었다. 그 짐승은 항상 그 위업을 떠들어 댔었다. 장송뿔나팔은 비워져 위대한 아버지께 봉헌되었고, 지금은 모독의 첨탑(Profane Tor) 위에 얹혀 있었다. 그 부진하고 덤덤한 소리는 위대한 아버지의 정원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빛나는 호수(Shimmertarn)에서 기르트렉트 소택지까지 뻗어 있는 광활한 삼림지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광휘의 여왕 알라리엘의 흔적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른 이질적인 군단들은 냄새를 맡은 사냥개들처럼 이 아치를 따라, 장송뿔나팔의 구불구불한 메아리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갈 것이다.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회색이 검게 변했다. 채찍 소리가 느려지더니 이내 침묵에 빠졌고, 노예들도 웅웅거리는 구름을 올려다보았다. 그렐치는 자신의 배가 평소와는 다르게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장송뿔나팔보다도 더 큰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천둥의 파열음이 나무 사이로 울려 퍼지며 그의 뼈를 뒤흔들었고, 귀를 멀게 했다.
그는 그 고통에 맞서 손으로 귀를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위로 던졌고, 파열하는 푸른빛의 송곳니에 의해 검은 하늘이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쌍꼬리 번개가 땅바닥에 몇 번이고 부딪쳐 허공을 갈라 안개를 날려버렸다. 대지가 날뛰며 높이 솟았고, 그의 전사와 노예들은 모루에 부딪치는 망치가 만들어낸 불꽃처럼 이리저리 던져졌다. 나무들이 불길에 휩싸였고, 느린 진창들이 말라붙었다. 쇠와 깨끗한 바람의 냄새가 났다.
연기가 걷히자,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가 위치한 자리에 무장한 전사들이 대열을 이루며 서 있었다. 파열하는 번개의 사슬이 그들의 가면과 그들이 들고 다니는 거대한 전쟁망치들의 머리를 가로질러 기어갔다. 그것은 그들의 방패의 테두리를 따라 춤을 추며 그들의 갑옷에 표시된 두려운 인장들을 비추었다.
그것은 마치 나무껍질 집승들보다 더 맹렬한, 무언가 두려운 것이 온 것 같았다. 그는 옆 계단에 놓여 있던 투구를 낚아채며 일어섰다. 그는 쿵쿵 뛰는 가슴과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위대한 아버지의 호의를 얻은 이후로 감히 기르트라이브에 반항하는 이는 물론, 그들을 정면으로 공격하기 위해 용기를 모았던 이들도 아직 없었다. 그들이 누구든 간에, 별것 없다면 좋은 여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우리의 것이다, 나의 전사들이여.’ 그가 소리쳤다. ‘전투로!’
그에 대한 대답으로 그의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새로이 나타난 방해꾼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의 선택받은 전사들, 그의 아들들과 사촌들과 형제들, 부패한 병충해왕들 모두, 침략자들의 전선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싸움이 시작되자 그렐치는 가슴이 부풀었다. 이것이 맞는 방식이었다. 새로이 등장한 이들도 나름 규모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의 전사들은 너글의 힘을 부여받은 이들이었다.
그는 그의 민족들을 정원으로 안내했고, 위대한 아버지 너글에게 가호와 힘에 대한 보답으로 봉사와 영혼을 바치겠다고 서약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가호를 얻기 위해 싸웠다. 그의 경쟁자들보다 더 열심히, 용맹스럽게 싸웠다. 두꺼비용(toad-dragon) 가블로르(Ga’Blorrgh)를 길들인 이도 그렐치였고, 달콤한 물(Sweetwater)을 오염시킨 이도 그렐치였다.
참으로 그랬지, 나의 종아, 그의 머릿속에서 뭔가 불거졌다.
그 목소리는 그의 두개골 뒤의 가려움과 같았다. 고통스럽지만 반가운, 그것은 그의 생각의 표면을 콸콸거리며 지나갔다. 그의 팔에 있던 구더기들 역시 그 말을 들은 듯, 갑자기 굳어져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의 살이 파열하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렐치는 멈춰 서서 자신에게 내려진 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계단 꼭대기의 공기에는 기름진 광택을 머금고 있었고, 수천 마리 파리떼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그가 속삭였다. ‘가까이 계신 겁니까?’
주인의 목소리가 그의 두개골을 가득 채우 자 아래 전투의 소음은 이내 사그라졌다. 그는 시야 한구석에서는 새로운 침입자들을 붙들고 있는 자신의 전사들을 볼 수 있었다. 뚱뚱한 배의 병충해왕들이 톱니모양의 도끼로 반짝이는 방패를 내리찍었지만, 그 대가로 번개를 머금은 망치가 그들을 강타했다. 그러나 비틀거림에도 그의 선택받은 전사들은 쓰러지길 거부했다. 위대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들의 시든 살점은 응고되어 다시 회복되었고, 그들은 재차 싸움에 뛰어들었다.
가까이, 그러나 여전히 슬프게도 멀리 있지, 나의 종이여, 그의 주인이 대답하였다. 나의 부패근위대와 나는 역병의 바람처럼 빨리 오지만, 너는 문을 열고 나를 들여보내야만 한다. 서두르거라, 그렐치… 나는 기르트렉트 소택지의 어둠 속에서 뒹굴며, 녹색빈터의 달콤한 심장을 맛보고, 빛나는 호수를 건널 것이다. 서둘러라, 나의 종아. 돌을 쌓고 피를 흘려라… 위대한 아버지의 정원으로 가는 문을 열거라…
목소리는 희미해졌고 그렐치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전투의 소음이 다시 크게 들렸다. 비명으로 가득 찬 공기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그의 주인, 그의 스승의 목소리는 위대한 아버지의 호의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의 주인과 같은 위대한 분이 그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이야기하겠는가?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피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소택지 너머를 바라보았고, 새로 온 침입자들의 은색 대열이 땅을 뒤흔드는 걸음걸이와 함께 방패의 테두리를 서로 연결시킨 채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빛나는 벽과 같았고, 그들이 비탈길과 계단에 가까이 다가서자, 그는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선택받은 전사들이 방패벽을 부수기 위해 위대한 아버지 너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달려들자, 그들의 행진은 느려졌다. 일단 그의 전사들이 이 빛나는 피부의 침입자들을 정리하고 나면, 그는 그들의 내장을 파내고 쥐어짜 돌의 비료로 삼고 정원의 문을 열 것이다.
그는 그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오랫동안 그는 온갖 병이 가득 찬 화려함을 지닌 위대한 아버지의 정원을 다시 보고 싶었다. 드디어 그의 기회가 찾아왔다. 약간의 피, 약간의 죽음, 그리고 그것은 완성될 것이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그가 손에 도끼를 들고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면서 빠르게 증발했다. 그의 선택받은 전사들이 전투에서 최고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새로운 전사들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그들을 격파했다. 역병 아버지의 축복으로 부풀어 오른 전사들은 손쉽게 무장을 부수고 살을 찢는 망치의 타격에 무릎을 꿇었다. 매 공격에 벼락이 으르렁거렸고, 연기가 자욱한 시체가 땅바닥에 쿵 하며 쓰러졌다.
그렐치가 마지막 몇 계단을 내려갈 때, 그는 그의 부하들이 족장들 주변에 모여든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와해되는 것을 보았다. 나머지는 혼자 혹은 작은 무리를 지어 적에게 돌격했고, 새로운 침입자들의 은빛 갑옷 아래 무너졌다. 그들은 방패의 가장자리를 이어 뚫을 수 없는 방패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렐치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규율과 함께 방패가 내려가자 망치들이 타격을 가했고, 망치가 회수되며 다시 방패가 솟아올랐다. 은빛의 전사들은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며 돌계단과 아치 쪽으로, 그리고 그를 향해 곧장 피비린내 나는 길을 닦았다. 그는 기꺼이 도끼를 들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돌진했다.
그의 추종자들 중 일부는 피투성이가 되거나 산산조각이 되었음에도, 그들의 비만 몸뚱이 위로 딱지가 지거나 잘린 팔다리가 다시 자라나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곧 그들은 다시 쓰러졌다. 적의 무기는 너글의 축복이 흐르는 피를 가진 이들에게조차 치명적이었다.
그렐치는 이제 더 빨리 움직여서 싸움의 최전선을 향해 달려갔다. 만약 그가 군대를 집결시킬 수 있다면, 그들은 여전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망치 중 하나에 그의 마지막 족장의 뿔 달린 투구가 알아볼 수 없는 덩어리로 짓눌리며 그 희망은 줄어들었다. 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적에게 자신을 내던진 몇 안 되는 전사들은 한낱 파리떼와 다르지 않게 뭉개질 뿐이었다.
기르트라이브의 사내 중 서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그의 가장 뚱뚱한 전사들도 부서진 채 진흙투성이의 땅 위에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굳게 잠긴 방패의 대열 뒤에서 두 손으로 망치를 휘두르는 전사들이 반쯤 만들어진 우상들과 제단 돌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는 울부짖었다. 표정 없는 투구들이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모습이 그들의 거울 같은 갑옷에 반사되었다. 병사들은 빈틈없는 반원형 진형을 유지한 채 방패를 들고 그를 향해 움직였다. 번개는 희미해졌지만, 그 빛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렐치는 그들을 직접 바라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그의 얼굴 위로 팔을 들어올렸다. 그들이 발하는 빛과 열이 그의 중심을 태우는 듯했다.
살의 구더기가 하나둘씩 오그라들며 떨어져 나갔고, 공포의 물결 – 몇 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 이 그를 휩쓸었다. 장송뿔나팔이 이들 때문에 울린 것일까? 크라데블롭과 너글의 다른 하수인들은 지금 이 무자비한 침략자들과 함께 전투 중인 것일까? 이렇게 잔인하고 신속하게 살인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대체 어떤 존재가 천둥과 번개와 함께 도래하는가?
달콤한 그렐치여, 널 훨씬 넘어서는 적이구나, 주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렐치는 그 말들이 전하는 슬픔을 느꼈다. 그는 곧 구더기들과 수렁 속에서 부서지고 죽은 그의 전사들과 합류할 것이다.
죽음, 그래, 하지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나의 최고, 가장 영리한 가래톳, 그의 주인이 중얼거렸다. 위대한 아버지는 너를 지켜보신다, 그렐치. 네가 얼마나 용감한지 보여다오, 내 종아. 나를 위해 길을 열어 다오, 만물이 푸르르게 자라고 생명이 기름진 영원한 정원에서 위대한 아버지와 함께하자꾸나. 널 기다리마, 널 품에 안길 기다리마… 서두르거라, 그렐치. 서두르거라!
자신의 스승, 자신의 주인의 말이 두개골을 터뜨릴 정도로 가득 채우자, 그렐치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손에 든 도끼로 아래 돌을 내리쳤다. 그렐치는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위대한 아버지에게 그가 얼마나 용감했는지를 보여줄 것이고, 위대한 아버지와 영원토록 경이롭고 영광스럽게 정원에 살 것이다. 그것이 그가 원했던 전부였고, 그가 원했던 모든 것이었다.
‘살인범들아,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하지만, 너희는 나를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윽박질렀다. ‘나는 기르트라이브의 군주, 기르트렉트 소택지의 주인인 그렐치다.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면, 내가 보냈다고 말하거라. 그들에게 위대한 아버지가 안부를 물으신다고 전해라.’
그렐치는 양손에 역병도끼를 들어 전신에 걸쳤다. 그는 무기의 무게로부터 안락함을 얻으며 적의 은빛 대열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와라. 할 수 있으면 나를 정원으로 보내 보아라.’ 그는 침을 뱉었다. 조금만 더 피를 흘리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피가 내 것일 필요는 없었지만, 뭐,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지. 위대한 아버지는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시진 않으니.
전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그렐치보다 키가 컸지만, 체구는 부족했다. 그의 바로크 갑옷은 마녀불의 빛에 의해 이상하게 빛났고, 그는 마치 경례라도 하듯 들고 있던 망치를 들어 올렸다.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 검날에는 그렐치의 눈을 태우는 인장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렐치는 그 전사의 발치에 침을 뱉었다.
‘이름이 뭐냐.’ 그가 물었다. ‘위대한 아버지께서는 내가 보낼 영혼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신다.’
그 전사는 움직이지 않는, 완벽한 형상의 가면 뒤 푸른 눈으로 경계하며 머리를 추켜세웠다. 그는 무기를 내렸다.
‘가르두스.’ 그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큰 종에서 나는 맑은 종소리 같았다. 그것은 마치 주먹처럼 그렐치의 배를 강타했고, 아까 들려왔던 천둥소리처럼 그의 등골을 타고 뇌 속으로 울려 퍼졌다. 그렐치는 그것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위대한 아버지시여, 제게 힘을 주십시오.
‘가르두스.’ 그는 음절을 씹으며 말했다. ‘그럼, 가르두스, 만나서 반갑다.’ 그렐치는 포효했고, 도끼를 휘두르며 그 전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위대한 아버지의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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