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지그마: 설정

헬 크라운: 구원을 찾아서

오거맨 2024. 7. 30. 11:55

알프릭 레오두스와 리버레이터들은 산 곳곳에서 출몰하는 스케이븐 무리를 피해 최대한 신속하고 조용히 움직이며 아다만틴 체인의 계곡을 통과했다. 나이트-퀘스토르는 마음속에 새겨진 이미지, 즉 까마귀와 날개 달린 형상들이 둘러싸고 있는 어둠에 덮인 요새를 찾아 움직였다. 그의 불타는 횃불이 이 어두운 산에서 유일한 빛의 원천이 되어 길을 이끌었다. 
그의 뒤에는 리버레이터-프라임 하비안과 그의 전사들이 불안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이곳에 스톰캐스트의 요새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를 찢는 듯한 균열이 공기를 갈라놓으며 두 명의 리버레이터가 쓰러졌고, 그들의 부서진 지그마라이트 갑주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명령이 울려 퍼지자 할로우드 나이트들이 방패를 들어 반원형 벽을 형성했지만, 절벽 위에서는 더 많은 총탄이 쏟아져 내렸다. 바위 사이에 엄폐한 레오두스는 스케이븐의 긴 소총 포신이 노출된 스톰캐스트를 향해 녹색 불과 금속을 뿜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이트-퀘스토르는 돌격하라고 외쳤지만, 앞뒤 협곡에서 쏟아져 나오는 쥐새끼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합창하듯 울려 퍼져 그의 말은 거의 묻혀 버렸다. 허둥지둥 돌진해 나가는 스케이븐은 리버레이터의 방패에 얼굴을 부딪히거나 망치에 가격당해 쓰러지고 있었지만, 저 위에서 스톰캐스트에게 쏟아지는 화력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더 많은 리버레이터들이 쓰러졌고, 그들의 몸에서 청백색 번개 기둥이 분출했다. 매 공격마다 할로우드 나이트들의 '오직 신실한 자만이!'라는 전투 구호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 할로우드 나이트
할로우드 나이트는 생전 치유사, 구호 사제였던 인물들로 구성된 스톰호스트이다. 희생 정신, 강철같은 신앙, 동정심이 특징적인 스톰호스트로 은빛의 갑주를 두른 이들의 전투 구호는 '오직 신실한 자만이'로 잘 알려져있다. 카오스의 오염조차 자신들의 신앙으로 정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타락한 유물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모든 스톰캐스트 이터널 중 가장 민간인 보호에 열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 '가르두스 스틸소울'이 이 스톰호스트의 구성원이다.

 


절망적인 그 순간 전장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레오두스는 새로운 스케이븐의 공격이라 생각해 잠시 두려움을 느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가장 순수한 은빛이 번쩍였다. 하늘에 떠 있는 스톰캐스트 이터널이 날개를 접고 구름에서 뛰어내린 다음, 능선에서 사격하는 스케이븐 포수들을 향해 번개 창을 던졌다. 비명과 함께 쥐새끼 두 마리가 털을 불태우며 쓰러졌고, 그 뒤에는 긴 소총의 구겨진 잔해가 뒤따랐다. 이제 더 많은 은빛 존재들이 급습해 번쩍이는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몸부림치는 시체 더미에 떨어지며 대학살을 일으켰다. 전투의 흐름이 바뀐 것을 느낀 레오두스는 전사들에게 돌격하라고 명령했고, 공포에 사로잡힌 스케이븐들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적들은 혼란 속에서 흔들리고 부서지며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서로 뒤엉켰다.

<열 번째 기록>
'몇 시간 주기로 미친 사람이 치는 것처럼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 스케이븐이 몰려든다. 매번 그들은 우리를 더 많이 죽이고, 그 이상으로 우리의 탄약을 소모한다'
- 자유 길드 원수 카이라 야텐-트라스크

 

* 카이라 야텐-트라스크
쌍꼬리 성전 당시 최후까지 생존하여 엠버가드 건설에 참여한 비-제네스트라파 장교. 해머할 출신으로 버민둠 이후 제네스트라가 떠나자 엠버가드 폐허 수비전을 지휘했었다.


프로세큐터의 개입으로 전투는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곧 협곡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케이븐이란 죽은 스케이븐의 시체뿐이었다. 나이트-퀘스토르 레오두스는 갑작스러운 지원군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갑옷은 어두운 빛을 띄고있었고, 모두가 음울한 표정이었다. 할로우드 나이트를 정의하는 평온한 형제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레오두스는 그 음침한 갑주 아래에서 신자들의 휘장을 볼 수 있었다. 변색되지 않은 은빛은 이 전사들을 할로우드 나이트의 전우라 표시하는 것이었다. '반갑네, 형제들이여' 그가 말했다.  '신-왕의 명령에 따라 여러분들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소.'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프로세큐터가 열린 투구 틈새로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엠버가드가 곧 무너질 것이네' 레오두스는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조바심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온 렐름이 찢어지고 있고, 뿔난 쥐의 오물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들고 있소. 시간이 없다네. 사령관과 이야기하고 싶소. 지금 당장.'

 

침묵이 뒤따랐다.

 

레오두스의 전사들은 지원병들에게서 너무 많이 리포징된 전우들의 냉혹함을 감지하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프로세큐터의 지휘자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당신을 로드-비질런트 그레이록에게 데려다줄 겁니다.' 그가 말했다. 

 

'다만 이 두건을 써 눈을 가리고 이동해야 합니다. 폭풍의 눈 너머를 통과한 자만이 옵시디언 토르로 가는 길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버레이터 사이에서 분노가 일었지만 레오두스는 손을 들어 그들을 침묵시켰다. 신-왕의 뜻이 그를 여기까지 인도했고, 이 낯설고 엄숙한 전사들이 여전히 같은 마음과 정신을 공유하는 진정한 동지임을 믿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인내의 미덕을 누가 알겠는가?' 그는 중얼거렸다.


프로세큐터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것은 유령 같은 미소였을까? 누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희미한 미소는 스쳐 사라졌다.


'오직 신실한 자만이.' 프로세큐터가 대답했다.

 

* 폭풍의 눈
스톰캐스트 이터널이 인간성을 유지한 채 리포징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경계선. 점차 리포징의 부작용이 심각해지며, 육체가 불완전하게 수복되어 신체가 번개로 변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폭풍의 눈을 넘어간 스톰캐스트 이터널은 대다수가 베테랑이나, 최근 임무 도중 실종되는 등 다양한 이유로 그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열한 번째 기록>
'경계용 코그포트 막시무스가 쓰러졌다. 모든 병력을 잃었다. 왼쪽 측면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가능한 한 키에르만의 고개를 지키기 위해 보병 2개 대대를 우회시켰다.'
- 자유 길드 원수 카이라 야텐-트라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