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지그마: 설정

렐름게이트 전쟁: 기란의 고난

오거맨 2024. 6. 13. 02:55

기란의 고난

 

비취 왕국(Jade Kingdoms)은 어둠의 신의 군단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그러나, 알라리엘은 여전히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희망의 씨앗 또한 아직 남아있었다. 오랜 시간 쇠퇴해있었던 동맹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지그마는 생명의 영역에 거대한 규모의 스톰캐스트를 파견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전쟁의 계절을 열었다.

오염된 홍수로 쏟아지는 물처럼 끊임없이, 거대한 숫자로 구성된 너글의 군단이 비취 왕국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최소 다섯 세기 이상 타락의 전쟁이 맹위를 떨쳤다. 고름으로 가득찬 악마와 부풀어 오른 블라이트킹들은 그들의 앞길을 막는 모든 것들을 무너뜨렸고, 희생자들의 비명소리는 수억 마리의 파리떼의 날갯짓 소리에 묻혀 사라졌으며, 지독한 전염병이 수로를 가래 같은 구정물로 뒤바꿨다.

 

 

너글의 넝마 같은 깃발이 지평선의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게 세워져 있었고, 그 땅의 모든 문명들은 대지를 휩쓰는 질병에 굴복하기보다는 역병의 신에게 굴복하기를 택했다. 그러나, 생명은 그 끈질긴 만큼이나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었다. 롯워터 블라이트의 수면 아래 숨겨져 있는 아델위어드의 장막 속에서, 알라리엘은 할아버지 너글의 군대에 맞서 싸우는 자신의 종복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비록 시들어가는 거대한 산림지대와 오염된 시머폴의 비가 대지를 중독시키고 있음에도, 실바네스의 군세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 시머폴: 기란 고유의 부유섬 아쿠아리스의 일종으로 끝없이 샘솟는 물줄기로 대지를 적신다.


그럼에도 점차, 생명의 전쟁의 끔찍한 소모전은 알라리엘의 영혼 그 자체를 닳게 만들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필연적으로 겨울이 찾아오듯, 그녀는 차가운 휴면 속으로 퇴각했고, 그녀의 백성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독자적으로 살아남아야만 했다. 유독성 안개와 악마 독충의 거대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움직였고, 롯워터 블라이트는 최후의 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천둥과 함께, 지그마의 강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천상에서 떨어져 내린 낙뢰의 중심에서 스톰캐스트 이터널들이 구원과 복수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전 과거, 지그마와 알라리엘은 동맹이었다. 그리고 이제 신-왕은 다시금 그 유대를 재단조하기 위해 움직였다. 나이트-아지로스들이 은둔한 여왕을 위한 주군의 서신을 가지고, 지그마의 빛으로 그녀의 영토의 어두운 부분을 비췄다.

 

기란 에버스프링 스웨쓰의 지도 일부


그러는 도중에도 지그마의 스톰호스트들은 중요한 렐름게이트를 점령하기 위해 강림하고 있었다. 그들 전원이 격렬한 전투를 맞이했지만, 그 어떤 전투도 여명의 관문 앞에서 벌어진 전투보다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바로 이곳에서, 로드-셀레스턴트 가르두스가 이끄는 할로우드 나이트가 그레이트 언클린 원 볼라쓰락스의 악마 군단을 상대로 싸웠다.


여명의 관문 전투는 양측에서 지원군이 계속하여 도착하는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실바네스가 스톰캐스트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처음으로 잡은 전투이기도 했다. 죽음이 숲을 가득 채웠고, 몇 분 만에 수천의 영혼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타락한 여명의 관문을 봉쇄하고, 볼라쓰락스가 관문을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로드-셀레스턴트 가르두스는 렐름게이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에게 이끌려 움직인 볼라쓰락스의 비대한 몸집은 관문을 부수어버렸다. 가르두스의 희생으로 할로우드 나이트는 승리할 수 있었으나, 그는 할아버지 너글의 지옥 같은 정원에 홀로 남겨졌다.

 

가르두스의 숨소리가 고동치는 심장 박동 소리를 뚫고 크게 울려 퍼졌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깊은 수렁 속에서 사지를 질질 끌며 내딛는 매 걸음은 힘겨운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다.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신앙의 불길이 아니었다면 그는 며칠 전에 죽었을 것이다.

 

'오직 신실한 자만이', 그는 숨을 헐떡이며 읊조렸다. '오직 신실한 자만이...' 그 말은 피가 흐르는 그의 입술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이는 그의 지친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고, 쉴 틈 없는 폐가 더러운 대기 중에서도 숨  쉴 수 있게 하는 주문이나 다름없었다. 

 

'왜 도망치느냐, 이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녀석아?' 그의 뒤에 있는 안갯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할아버지의 이 멋진 정원을 함께 산책하는 게 어떻겠느냐?'

 

그는 악마와 맞서 싸우기도 했었지만,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너글의 힘과 너무 가까운 이 장소에서 그는 잠시라도 멈춰 쉴 틈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르두스는 끝없이 이어지는 오물을 헤치며 도망쳐야만 했다. 그는 영원히 이렇게 도망쳐야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친듯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눈 앞의 안개가 희미한 황금빛으로 밝아졌다. 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빛의 근원이 무엇이든 이 끔찍한 영역의 빛일 수 없다는 생각에, 가르두스는 희망이 샘솟는 것을 느끼고, 어른거리는 빛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